ㅁ, ㅂ, ㅍ
2007.12.29 16:47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댓글 3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ㅁ, ㅂ, ㅍ [3] | 하늘꽃 | 2007.12.29 | 2040 |
302 |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 물님 | 2009.05.15 | 2031 |
301 | 길 잃고 [1] | 물님 | 2011.01.12 | 2000 |
300 | 아침에 쓰는 일기.3 [2] | 하늘꽃 | 2008.05.20 | 1998 |
299 | 기도 [6] | 새봄 | 2008.03.31 | 1992 |
298 |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 솟는 샘 | 2013.11.06 | 1985 |
297 | 당신은 [2] | 하늘꽃 | 2008.03.20 | 1985 |
296 |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 물님 | 2011.10.18 | 1983 |
295 | 나무학교 | 물님 | 2013.11.27 | 1975 |
294 | 하늘 냄새 [1] | 물님 | 2011.10.10 | 19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