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90107
  • Today : 1504
  • Yesterday : 1063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2020.05.08 09:23

물님 조회 수:5418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신정일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뻘밭 너머 멀리 있었다.

썰물이었다.

작은 게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뻘밭이라는 화선지에 그리면서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사람도 그러하리라

지구라는 공간에서 시절 인연으로 만나서

소꿉장난처럼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일하다가 죽는데

저 게들도 사람처럼 바쁘게 살면서

영역 다툼을 하고

사랑 싸움을 하다가 어느 순간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가리라.

그 생각 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밀물

사람의 일생도 그렇다.

자연의 섭리처럼

밀물과 썰물

그 사이에서 잠시 살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람의 발자국도 게들의 삶터도

푸른 바닷물 속에 잠기고 말 것인데

 

2020년 5월 7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3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5419
382 물님 2020.09.05 5444
381 내 인생의 책 물님 2020.08.05 5421
380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물님 2020.08.04 5450
379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물님 2020.06.30 5417
378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5416
»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5418
376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물님 2020.04.29 5277
375 별 헤는 밤 - 윤동주 도도 2020.03.02 7316
374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5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