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170
  • Today : 895
  • Yesterday : 1501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2021.12.09 11:30

물님 조회 수:1556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자끄 프레베르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 안경에 낡은 회색 옷
엽권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자끄 프레베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3 생명의 노래 [1] 구인회 2010.01.27 1489
352 나비에게 file 요새 2010.07.18 1490
351 서성인다 - 박노해 물님 2017.09.19 1493
350 11월 - 배귀선 물님 2016.11.24 1516
349 먼 바다 file 구인회 2010.01.31 1517
348 `그날이 오면 ,,, 심 훈 file 구인회 2010.02.25 1517
347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따발총 2016.12.25 1520
346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물님 2016.03.08 1529
345 별 헤는 밤 / 윤동주 file 구인회 2010.02.08 1530
344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