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5703
  • Today : 773
  • Yesterday : 1451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144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1451
242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1452
241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1452
240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1454
239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1456
238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458
237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458
236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459
235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460
234 고독에게 1 요새 2010.03.21 1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