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9889
  • Today : 566
  • Yesterday : 1104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4481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4512
172 풀꽃 [1] 물님 2010.12.30 4513
171 고독에게 1 요새 2010.03.21 4514
170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4520
169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물님 2011.11.22 4522
168 느을 당신이 있네요. [1] 솟는 샘 2013.11.06 4523
167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524
166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4525
165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4532
164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4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