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6707
  • Today : 936
  • Yesterday : 1043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4119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4428
242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4426
241 확신 [2] 이상호 2008.08.03 4426
240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4423
239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4420
238 [1] 샤론(자하) 2012.03.12 4420
237 눈동자를 바라보며 [1] file 운영자 2008.12.28 4420
236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4418
235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님 2009.03.25 4412
234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