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1003
  • Today : 881
  • Yesterday : 927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476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2454
292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2456
291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2457
290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2458
289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458
288 꽃 한송이 [3] 운영자 2008.11.09 2459
287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2459
286 순암 안정복의 시 물님 2015.02.17 2460
285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460
284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2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