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241
  • Today : 1367
  • Yesterday : 1340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1704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1753
132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752
131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1751
130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file 하늘꽃 2010.03.06 1751
12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750
128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1749
127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1747
126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747
125 거울 물님 2012.07.24 1747
124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