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7806
  • Today : 1076
  • Yesterday : 980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3033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925
122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2924
121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2924
120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2923
119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2923
118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2923
117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2922
116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918
115 바다는 file 운영자 2007.09.09 2914
114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물님 2015.05.19 2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