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4811
  • Today : 727
  • Yesterday : 851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733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3367
142 귀를 위하여 /물님 하늘꽃 2007.09.14 3366
141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3362
140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3361
139 봄 소식 하늘꽃 2009.03.02 3361
138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3360
137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3360
136 봄 눈 / 물 [2] 하늘꽃 2008.02.22 3359
135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3357
134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