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964
  • Today : 868
  • Yesterday : 943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2020.11.06 21:52

물님 조회 수:2015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이 겨울 갑오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더듬으며

나는 이 시대의 기묘한 대조법을 본다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은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세웠고

황토현 녹두장군 기념관은 전두환이 세웠으니

광주항쟁 시민군 위령탑은 또

어떤 자가 세울 것인가

생각하며 지나는 마을마다

텃밭에 버려진 고추는 상기도 붉고

조병갑이 물세 받던 만석보는 흔적 없는데

고부 부안 흥덕 고창 농투사니들은 지금도

물세를 못 내겠다고 아우성치고

백마강가 신동엽시비 옆에는

반공순국지사 기념비도 세웠구나

아아 기막힌 대조법이여 모진 갈증이여

곰나루 바람 부는 모래펄에 서서

검불 모아 불을 싸지르고

싸늘한 성계육 한 점을 씹으며

박불똥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 초파일에 [3] 운영자 2008.05.14 3782
372 은행나무의 눈 [4] file 운영자 2008.05.08 3776
371 왼손의 쓸쓸함에 대하여 [3] 운영자 2008.04.07 3755
370 명상 [3] file sahaja 2008.05.13 3743
369 흔들리는 나뭇가지 [3] 하늘꽃 2008.05.16 3741
368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1] file 송화미 2006.04.23 3732
367 새 봄(타오의 감성으로 터치한 물님의 새 봄) [4] file 타오Tao 2008.04.14 3730
366 킬리만자로의 돌 [1] 하늘꽃 2008.05.08 3712
365 불재의 봄 [4] file 운영자 2008.04.09 3702
364 달팽이 [7] file 운영자 2008.06.08 3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