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가을 저녁의 시 [1] | 물님 | 2010.11.18 | 1533 |
312 | 동시 2편 | 물님 | 2012.03.02 | 1533 |
311 |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 물님 | 2012.05.15 | 1533 |
310 |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 | 이중묵 | 2009.01.24 | 1534 |
309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1534 |
308 | 숯덩이가 저 혼자 [2] | 요새 | 2010.02.04 | 1534 |
307 | 꿈 길에서 1 | 요새 | 2010.03.15 | 1534 |
306 | 물 [1] | 샤론(자하) | 2012.03.12 | 1534 |
305 | 새벽밥 | 물님 | 2012.09.04 | 1534 |
304 |
섬진강 / 김용택
![]() | 구인회 | 2010.02.18 | 15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