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토르소」
2012.03.27 07:27
이장욱, 「토르소」
손가락은 외로움을 위해 팔고
귀는 죄책감을 위해 팔았다.
코는 실망하지 않기 위해 팔았으며
흰 치아는 한 번에 한 개씩
오해를 위해 팔았다.
나는 습관이 없고
냉혈한의 표정이 없고
옷걸이에 걸리지도 않는다.
누가 나를 입을 수 있나.
악수를 하거나
이어달리기는?
나는 열심히 트랙을 달렸다.
검은 서류가방을 든 채 중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밤의 쇼윈도우에 서서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았다.
악수는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정해진 자세로
긴 목과
굳은 어깨로
당신이 밤의 상점을 지나갔다.
헤이,
내가 당신을 부르자 당신이 고개를 돌렸다.
캄캄하게 뚫린 당신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치는 순간,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만난 적이 있다.
아마도 내가
당신의 그림자였던 적이.
당신이 나의 손과
발목
그리고 얼굴이었던 적이.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63 | 빈 들판 - 이 제하 | 물님 | 2012.05.07 | 2107 |
| 162 | 강 - 황인숙 | 물님 | 2012.07.12 | 2105 |
| 161 | 진정한 여행 | 물님 | 2017.02.24 | 2104 |
| 160 | 오 늘 - 구상 | 물님 | 2011.05.16 | 2103 |
| 159 |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 구인회 | 2010.01.29 | 2101 |
| 158 | 원시 -오세영 | 물님 | 2012.07.01 | 2100 |
| 157 | 김세형,'등신' | 물님 | 2012.03.12 | 2099 |
| 156 | 세상의 등뼈 | 물님 | 2011.06.13 | 2099 |
| 155 | 연애시집 - 김용택 [2] | 물님 | 2010.10.29 | 2098 |
| 154 | 갈 대,, `신경림 | 구인회 | 2010.03.15 | 20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