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533
  • Today : 132
  • Yesterday : 1527


山 -함석헌

2012.10.06 08:41

구인회 조회 수:1926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1930
202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1930
201 곳감 맛 귤 맛 [1] 물님 2011.11.08 1931
200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1931
199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931
198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1931
197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931
196 무주 겨울 / 이중묵 [2] 이중묵 2009.02.26 1932
195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1933
194 물님 2011.01.25 1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