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237
  • Today : 836
  • Yesterday : 1527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1949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2022
152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2022
151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2022
150 갈 대,, `신경림 구인회 2010.03.15 2019
149 어떤바람 [2] 제로포인트 2016.04.04 2015
148 시론 물님 2009.04.16 2012
147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2011
146 사철가 [1] 물님 2009.03.16 2011
145 확신 [2] 이상호 2008.08.03 2010
144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물님 2018.06.05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