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2760
  • Today : 470
  • Yesterday : 1145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352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1394
302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410
30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1411
300 새벽밥 물님 2012.09.04 1397
299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344
298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437
29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426
296 거울 물님 2012.07.24 1410
295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349
294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