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63 | 꽃 -김춘수 | 물님 | 2012.07.24 | 1431 |
262 | 서정주, 「푸르른 날」 | 물님 | 2012.09.04 | 1431 |
261 |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 구인회 | 2012.02.15 | 1433 |
260 | 거룩한 바보처럼 | 물님 | 2016.12.22 | 1433 |
259 | 순암 안정복의 시 | 물님 | 2015.02.17 | 1434 |
258 | 원시 -오세영 | 물님 | 2012.07.01 | 1434 |
257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1436 |
256 |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 물님 | 2012.05.15 | 1436 |
255 | 뉴욕에서 달아나다 | 물님 | 2012.06.04 | 1437 |
254 | 雨期 [1] | 물님 | 2011.07.29 | 14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