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534
  • Today : 1259
  • Yesterday : 1501


비상 - 김재진

2011.03.06 15:09

만나 조회 수:2245

비상 飛翔 

                                                김재진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生來의 저 맹인처럼

살아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를 들어 지평선 위로

어젯밤 날개를 다쳤던 한 마리 새가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아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1680
242 나는 숨을 쉰다 [1] 물님 2011.11.28 1680
241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681
240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1681
239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681
238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1681
237 시론 물님 2009.04.16 1682
236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1682
235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1682
234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1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