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 이 성부
2011.10.03 22:41
이성부,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시_ 이성부 - 1942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백주」, 「열차」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함.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43 | 킬리만자로의 표범 [2] | 물님 | 2011.07.03 | 4092 |
242 | 세상의 등뼈 | 물님 | 2011.06.13 | 4755 |
241 | 폼 잡지 말고 [1] | 하늘꽃 | 2011.06.02 | 4400 |
240 | 멀리 가는 물 [1] | 물님 | 2011.05.24 | 4600 |
239 | 오 늘 - 구상 | 물님 | 2011.05.16 | 4147 |
238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4573 |
237 |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 물님 | 2011.04.21 | 4084 |
236 | 좋아하는 노래 : '청보리밭의 비밀' [2] | 수행 | 2011.03.22 | 4824 |
235 | 마지막 향기 [2] | 만나 | 2011.03.16 | 4452 |
234 | 비상 - 김재진 [3] | 만나 | 2011.03.06 | 4200 |
벼가 떠바치는 세상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사랑
그것은 힘
그것은 생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