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소금창고
2011.10.24 22:41
박성우, 「소금창고」
그녀는 소금창고를 가지고 있다
낡고 오래된 창고 안에는
소금덩이들이 무더기로 부려져 있다
소금창고를 물려받던 열댓 살 무렵
소금 저장법을 알 리 없는 그녀는
시도 때도 없이 녹아 흘러버리는 소금을
어찌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 탓에
소금물은 그렁그렁 녹아내리기 일쑤였다
그녀가 아들을 잃고 남편이 떠나던 이십여년 전
무심코 열어본 소금창고에서는
짜디짠 소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창고의 문은 여간 닫히지 않았고
곁에 있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그녀의 눈 속에는 소금창고가 있다
이맛살과 눈주름이 폭삭 내려앉은 창고 안에는
넘실넘실 녹아나가는 소금물을
꾹꾹 눌러 말린 소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누렇고 검게 그을린 소금덩어리
◆ 시_ 박성우 - 197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었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미역」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거미』, 『가뜬한 잠』, 청소년시집 『난 빨강』이 있음.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3 | 나만의 삶 - 홀리오 노보아 폴란코 | 세상 | 2013.10.25 | 1782 |
322 |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 구인회 | 2013.09.18 | 2256 |
321 | 내 마지막 순간 -타고르 [1] | 구인회 | 2013.07.06 | 2399 |
320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1] | 구인회 | 2013.06.29 | 2419 |
319 | 가람 이병기 -난초- | 물님 | 2013.06.04 | 2280 |
318 | 꽃자리 | 물님 | 2013.02.14 | 2196 |
317 | 자리 [2] | 물님 | 2013.01.31 | 2283 |
316 |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 물님 | 2013.01.23 | 2181 |
315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1599 |
314 | 신현락, 「고요의 입구」 | 물님 | 2013.01.08 | 1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