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0112
  • Today : 917
  • Yesterday : 932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563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480
252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2481
251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2482
250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2482
249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2482
248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2482
247 새해 첫 기적 [1] 도도 2011.01.01 2484
246 희망가 물님 2013.01.08 2485
245 봄은 울면서 온다 도도 2014.03.25 2486
244 꼬리잡기 [5] 운영자 2008.09.15 2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