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437
  • Today : 903
  • Yesterday : 1259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1676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639
82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1638
81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1637
80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1636
79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1636
78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1636
77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635
76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1635
75 행복 요새 2010.07.20 1633
74 물.1 [3] 요새 2010.07.22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