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3959
  • Today : 863
  • Yesterday : 943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2020.05.08 09:23

물님 조회 수:2111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신정일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뻘밭 너머 멀리 있었다.

썰물이었다.

작은 게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뻘밭이라는 화선지에 그리면서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사람도 그러하리라

지구라는 공간에서 시절 인연으로 만나서

소꿉장난처럼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일하다가 죽는데

저 게들도 사람처럼 바쁘게 살면서

영역 다툼을 하고

사랑 싸움을 하다가 어느 순간

영문도 모른 채 돌아가리라.

그 생각 속으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었다.

밀물

사람의 일생도 그렇다.

자연의 섭리처럼

밀물과 썰물

그 사이에서 잠시 살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람의 발자국도 게들의 삶터도

푸른 바닷물 속에 잠기고 말 것인데

 

2020년 5월 7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3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물님 2019.12.18 2093
382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물님 2020.06.30 2108
»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2111
380 서성인다 - 박노해 물님 2017.09.19 2114
379 조문(弔問) 물님 2016.11.24 2115
378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따발총 2016.12.25 2126
377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2126
376 가을 몸 물님 2017.11.02 2127
375 참 닮았다고 물님 2016.09.04 2133
374 행복 - 헤르만 헤세 물님 2021.01.18 2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