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7781
  • Today : 1051
  • Yesterday : 980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3131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3 새벽밥 물님 2012.09.04 3091
202 기뻐~ [1] 하늘꽃 2008.03.19 3097
201 풀꽃 [1] 물님 2010.12.30 3097
200 배달 [1] 물님 2009.03.12 3099
199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3101
198 -정현종 ‘가을, 원수 같은 물님 2021.10.19 3102
197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3104
196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3108
195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3109
194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