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4660
  • Today : 576
  • Yesterday : 851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700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사로잡힌 영혼 [1] 물님 2018.09.05 3313
132 [2] 요새 2010.09.09 3312
131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3312
130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3306
129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3306
128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3305
127 바람 잘 날 없어라 / 박노해 [1] file 구인회 2010.02.04 3304
126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3303
125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3299
124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3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