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선운사에서」
2012.03.05 08:14
최영미, 「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시_ 최영미 - 1961년 서울 출생.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등을 출간함. 이수문학상 수상.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마음의 지도 | 물님 | 2012.11.05 | 3206 |
92 | 가을의 기도 | 물님 | 2012.11.11 | 3030 |
91 | 눈 / 신경림 | 구인회 | 2012.12.24 | 3041 |
90 | 신현락, 「고요의 입구」 | 물님 | 2013.01.08 | 3117 |
89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2998 |
88 |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 물님 | 2013.01.23 | 3579 |
87 | 자리 [2] | 물님 | 2013.01.31 | 3668 |
86 | 꽃자리 | 물님 | 2013.02.14 | 3683 |
85 | 가람 이병기 -난초- | 물님 | 2013.06.04 | 3747 |
84 | 젖이라는 이름의 좆 / 김민정 [1] | 구인회 | 2013.06.29 | 4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