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8809
  • Today : 757
  • Yesterday : 993


가을 저녁의 시

2010.11.18 06:53

물님 조회 수:3824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 가나 보다.
차마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 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 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3978
132 Rumi / Become the Sky 하늘이 되라 [3] sahaja 2008.04.16 3979
131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3982
130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file 이중묵 2009.01.24 3994
129 포도가 저 혼자 하늘꽃 2007.09.15 3997
128 원시 -오세영 물님 2012.07.01 3998
127 10월 [1] 물님 2009.10.12 4005
126 초혼 [1] 요새 2010.07.28 4014
12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4018
124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4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