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1041
  • Today : 710
  • Yesterday : 1222


풀 - 김수영

2011.12.11 06:24

물님 조회 수:4096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포도가 저 혼자 하늘꽃 2007.09.15 4182
272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4177
271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4174
270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4173
269 Rumi / Become the Sky 하늘이 되라 [3] sahaja 2008.04.16 4173
268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4157
267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물님 2009.05.15 4155
266 초혼 [1] 요새 2010.07.28 4149
265 당신은 [2] 하늘꽃 2008.03.20 4148
264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1] 관계 2008.05.15 4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