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올빼미형으로 새벽이 되어야 잠이 드는 편인지라 일출을 본 적이 없다. 새해가 되면 떠오르는 첫 태양을 맞고자 산으로 바다로 향하는 사람들을 대단하다고만 생각해 왔지 실천해 볼 의지는 애초에 없기도 하였다. 그런 사람이 경인년 일출을 보았다.
동네 사람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앞에 있는 다리 위에서도 근사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주었다. 순전히 친절한 지인의 안내 덕분에 붉은 기운이 순식간에 애드벌룬처럼 떠올라 태양의 면모를 지닐 때까지의 그 감격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뭔가 소망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저 뭉클한 감성 한 덩어리 가슴에서 올라오는 느낌만을 받았다. 그리고 귀가해서는 ‘나는 무엇하고 싶은가?’ 제목을 붙여놓고 적어 내려가 보았다. 거창한 기도 제목이 아니니 하나님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되겠다며 슬며시 소박한 기도 제목으로 내놓은 셈이다. 절규하듯 하는 기도가 아니니 우선 두 손과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 심각한 기도가 아니니 눈을 감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그런데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제자들에게 말해 왔는데 내가 무엇하고 싶은가라는 명제만으로도 내 가슴이 뛰었다.
날씬해 보이려고 무채색 옷을 자주 입었는데, 환한 기운을 전하는 밝은 색의 옷들도 입으련다. 옷장을 열어 보면 온통 어두운 색 일색이니 재미없고 무겁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평생의 화두인 다이어트 떠올리며 참았는데, 가끔은 먹어주기로 한다.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만큼은 아이스크림의 맛과 향과 색깔만을 즐기겠다.
언제 식사 한번 하자고 인사말 해놓고 지키지 못한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고 싶다. 내 혀로 식사 약속 한 일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줄기 따스한 햇살로 만들련다. 꼭 필요한 말만 하지 않고 유머도 사용하겠지만, 그래도 말을 좀 줄이고 싶다. 진정성을 갖는데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이메일을 이용하는데, 가끔은 우표를 붙이고 예쁘지 않은 글씨이지만 펜으로 써서 빨간 우체통에 넣으련다. 유비쿼터스 시대라지만 아날로그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힘이 묵직함을 나는 알고 있다.
남과의 대화 중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정확히 인정하겠다. 들어본 것 같다든가, 어디서 본 것 같다든가 하는 말로 얼버무리지 않겠다. 활짝 웃고 싶다. 내 웃음이 이웃과 사회를 밝게 한다면 좀 푼수로 보일지라도 소리 내어 크게 웃겠다.
건강하고 싶다. 허리가 안 좋아 승용차 운전이 집채만 한 두려움으로 밀려오기도 하는데 허리 근력을 강화하는 체조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천하를 다 얻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새해에 내가 받을 많은 복, 복들을 잘 알아차리고 싶다.
반갑다 2010년이여, 내가 잘 만나주고 상대해주마!
김애옥(동아방송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