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2020.09.09 20:50
내가 저녁을 슬퍼하면서,
가을이 슬퍼할 것이 없는데도 슬퍼지는 이유를 알겠다.
하루의 저녁이 오면, 가파른 산이 붉어지고, 뜨락의 나뭇잎이 잠잠해지고,
날개를 접는 새가 처마를 엿보고,
창연히 어두운 빛이 먼 마을로부터 이른다면,
그 광경에 처한 자는 반드시 슬퍼하여 그 기쁨을 잃어버릴 것이니.
해를 아껴서가 아니요,
그 기운을 슬퍼하는 것이다. 하루의 저녁도 오히려 슬퍼할 만한데,
일 년의 저녁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옥李鈺의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士悲秋解>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3 |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1] | 도도 | 2020.11.23 | 3719 |
22 | 동곡일타(東谷日陀) 스님 열반송 | 물님 | 2019.06.30 | 3719 |
21 | 내 인생의 책 | 물님 | 2020.08.05 | 3712 |
20 | 비밀 - 박노해 | 물님 | 2016.11.12 | 3705 |
19 | 가을 몸 | 물님 | 2017.11.02 | 3700 |
18 | 참 닮았다고 | 물님 | 2016.09.04 | 3700 |
17 | 가난한 새의 기도 | 물님 | 2016.07.18 | 3697 |
16 | 11월 - 배귀선 | 물님 | 2016.11.24 | 3695 |
15 |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 물님 | 2016.09.01 | 3695 |
14 | 나비에게 | 요새 | 2010.07.18 | 36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