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6564
  • Today : 159
  • Yesterday : 107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204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5] 하늘꽃 2008.11.17 2375
232 동시 2편 물님 2012.03.02 2362
231 바다 [3] 이상호 2008.09.08 2357
230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2357
229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2356
228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2353
227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2353
226 나비 / 류 시화 [1] file sahaja 2008.06.16 2353
225 신록 물님 2012.05.07 2352
224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