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3766
  • Today : 533
  • Yesterday : 83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3434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물님 2012.06.14 3126
112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3124
111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3124
110 문수암(내 손버릇을 고쳐놓은시) [3] 하늘꽃 2008.08.15 3123
109 시바타도요의 시 물님 2017.01.27 3120
108 찬양 [6] 하늘꽃 2008.09.25 3117
107 山 -함석헌 구인회 2012.10.06 3115
106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하늘꽃 2008.06.30 3112
105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3111
104 음악 [1] 요새 2010.03.19 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