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1124
  • Today : 793
  • Yesterday : 1222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4652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3753
92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file 이규진 2009.06.26 3750
91 사랑이 명령하도록 하라 [2] 물님 2016.02.05 3749
90 내 똥에서 나온 반딧불 [1] 운영자 2007.07.19 3746
89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3745
88 김남주, 「추석 무렵」  물님 2011.09.14 3743
87 '손짓사랑' 창간시 file 도도 2009.02.03 3741
86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3741
85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3740
84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3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