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8624
  • Today : 572
  • Yesterday : 993


벼를 읽다

2007.01.30 16:39

하늘꽃 조회 수:3733



       

           벼

                 이병창



          내가 한 알의 씨앗으로 떨어진 이후
          참 정신 없이 살아왔었지
          나는 삶이란 싸움이요
          투쟁인줄 알았어
          온몸으로 부대끼는 고통의
          연속인줄 알았지
          반란의 창날 같은 자존의
          끝을 세우며
          숨막히는 무더위와
          땡볕으로 갈라지는 논바닥에서
          내가 늘어진 적이 몇번이었던가
          그 혼절의 현기증 속에서
          지옥이란 저승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
          지금은 시월
          나는 서늘한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흔들리고 있지
          씨앗이 열매가 되고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는 세월 속에
          나의 하늘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지
          세상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임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3963
272 Rumi / Become the Sky 하늘이 되라 [3] sahaja 2008.04.16 3948
271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3946
270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3944
269 나무학교 물님 2013.11.27 3942
268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3923
267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3923
266 사월에^^음악 [5] 하늘꽃 2008.03.27 3922
265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물님 2009.05.15 3918
264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3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