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정희성 시인
2020.11.06 21:52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이 겨울 갑오농민전쟁 전적지를 찾아
황토현에서 곰나루까지 더듬으며
나는 이 시대의 기묘한 대조법을 본다
우금치 동학혁명군 위령탑은
일본군 장교출신 박정희가 세웠고
황토현 녹두장군 기념관은 전두환이 세웠으니
광주항쟁 시민군 위령탑은 또
어떤 자가 세울 것인가
생각하며 지나는 마을마다
텃밭에 버려진 고추는 상기도 붉고
조병갑이 물세 받던 만석보는 흔적 없는데
고부 부안 흥덕 고창 농투사니들은 지금도
물세를 못 내겠다고 아우성치고
백마강가 신동엽시비 옆에는
반공순국지사 기념비도 세웠구나
아아 기막힌 대조법이여 모진 갈증이여
곰나루 바람 부는 모래펄에 서서
검불 모아 불을 싸지르고
싸늘한 성계육 한 점을 씹으며
박불똥이 건네주는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켠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73 | 바람 [6] | sahaja | 2008.04.30 | 4552 |
372 | 초파일에 [3] | 운영자 | 2008.05.14 | 4541 |
371 | 꽃속의 꽃 [5] | 운영자 | 2008.03.30 | 4540 |
370 | 새 봄 [4] | 운영자 | 2008.04.10 | 4536 |
369 | 흔들리는 나뭇가지 [3] | 하늘꽃 | 2008.05.16 | 4529 |
368 | 찔레꽃 [9] | 운영자 | 2008.05.25 | 4496 |
367 | RUMI Poem 2 [2] | sahaja | 2008.04.21 | 4484 |
366 | 돌 [4] | 새봄 | 2008.04.03 | 4472 |
365 | 명상 [3] | sahaja | 2008.05.13 | 4457 |
364 | 새 봄(타오의 감성으로 터치한 물님의 새 봄) [4] | 타오Tao | 2008.04.14 | 44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