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9991
  • Today : 857
  • Yesterday : 1075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2990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2787
132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2781
131 [2] 요새 2010.09.09 2779
130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2778
129 눈 / 신경림 구인회 2012.12.24 2777
128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2777
127 벼 - 이 성부 [1] 물님 2011.10.03 2776
126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2776
125 물님의 시 - 화순 운주사 운영자 2007.08.19 2776
124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2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