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5248
  • Today : 520
  • Yesterday : 103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4463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4167
172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4163
171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file 구인회 2010.07.27 4160
170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4159
169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4157
168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4157
167 분수 -물님시 [1] file 하늘꽃 2007.08.29 4157
166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4156
165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4156
164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4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