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7510
  • Today : 171
  • Yesterday : 934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2339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 가지 않은 길 요새 2010.03.19 2250
82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2250
81 추우니 함께 가자 - 박노해 물님 2016.02.02 2248
80 마음의 지도 물님 2012.11.05 2248
79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2248
78 낙화 - 이 형기 물님 2012.10.23 2246
77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물님 2012.10.09 2246
76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2246
75 [2] 요새 2010.09.09 2242
74 물.1 [3] 요새 2010.07.22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