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3 |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 물님 | 2012.01.13 | 4232 |
152 | 자녀교육을 위한 시 - 칼릴 지브란 | 물님 | 2018.06.05 | 4229 |
151 | 거룩한 바보처럼 | 물님 | 2016.12.22 | 4224 |
150 | 山 -함석헌 | 구인회 | 2012.10.06 | 4223 |
149 | 아침에 하는 생각 | 물님 | 2009.04.10 | 4222 |
148 |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 물님 | 2012.05.23 | 4221 |
147 | 기뻐~ [1] | 하늘꽃 | 2008.03.19 | 4219 |
146 | 안부 [3] | 물님 | 2009.03.05 | 4217 |
145 | 빈 들판 - 이 제하 | 물님 | 2012.05.07 | 4214 |
144 | 민들레 [2] | 운영자 | 2008.11.19 | 4214 |
제얼굴
제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