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1043
  • Today : 817
  • Yesterday : 1092


ㅁ, ㅂ, ㅍ

2007.12.29 16:47

하늘꽃 조회 수:3494



.  ㅁ, ㅂ, ㅍ

                  -오 북환 장로님을 추모하며-

                                           이병창




저녁 9시만 되면

땡전 뉴스가 세상을 희롱할 때

나는 견디다 못해

산에 계신 선생님을 찾아 갔다.

나는 숨만 가쁘고

작은 방안에는 침묵만이 흘러갔다.




‘ㅁ, ㅂ, ㅍ 으로 풀으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단단한 떡을 입안에

물고 있으면

불궈지고, 불궈지면

풀어지겠지요.’

그 때 내 절망의 구름 사이로

빛이 보였다.

‘단단한 떡을 성질대로 깨물어버리면

이빨 상하고 떡은 떡 대로

못 먹게 되겠지요.

입안에 물고만 있으면 반드시 풀어집니다’.




아하,  이거였구나

권력의 하루살이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로구나

나는 큰절 올리고 산을 내려 왔다.

세상사 ㅁ, ㅂ, ㅍ.

ㅁ, ㅂ, ㅍ.

그 때 앞산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3 별의 먼지 - 랭 리아브 [1] file 도도 2020.11.23 2292
372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2297
371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2297
370 먼 바다 file 구인회 2010.01.31 2315
369 `그날이 오면 ,,, 심 훈 file 구인회 2010.02.25 2318
368 별 헤는 밤 / 윤동주 file 구인회 2010.02.08 2322
367 행복 - 헤르만 헤세 물님 2021.01.18 2330
366 11월 - 배귀선 물님 2016.11.24 2339
365 가난한 새의 기도 물님 2016.07.18 2341
364 사랑 -괴테 물님 2019.05.11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