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3 | 최영미, 「선운사에서」 | 물님 | 2012.03.05 | 4694 |
252 | 박성우, 「소금창고 | 물님 | 2011.10.24 | 4692 |
251 | 밥이 하늘입니다 | 물님 | 2010.11.29 | 4689 |
250 | 석양 대통령 | 물님 | 2009.05.13 | 4686 |
249 | Rumi / Become the Sky 하늘이 되라 [3] | sahaja | 2008.04.16 | 4686 |
248 |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 구인회 | 2012.07.24 | 4684 |
247 | 문태준 - 급체 | 물님 | 2015.06.14 | 4683 |
246 | 사월에^^음악 [5] | 하늘꽃 | 2008.03.27 | 4678 |
245 | 풀꽃 [1] | 물님 | 2010.12.30 | 4673 |
244 | 눈동자를 바라보며 | 물님 | 2009.03.25 | 46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