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0002
  • Today : 868
  • Yesterday : 1075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928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3 동시 2편 물님 2012.03.02 3097
132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3099
131 어떤바람 [3] 하늘꽃 2008.06.19 3109
130 雨期 [1] 물님 2011.07.29 3111
129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1] 물님 2011.10.18 3118
128 하늘 냄새 [1] 물님 2011.10.10 3135
127 천사 [2] 하늘꽃 2008.05.14 3138
126 경각산 가는 길 file 운영자 2007.09.09 3140
125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3145
124 사대원무주 四大元無主 [7] file 구인회 2010.02.06 3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