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4428
  • Today : 503
  • Yesterday : 1142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3049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봄날 [4] file sahaja 2008.04.22 3403
102 sahaja님의 '불재'를 읽다가... [3] 포도주 2008.05.23 3409
101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2] 구인회 2013.09.18 3410
100 나는 천개의 바람 [2] 물님 2010.01.24 3423
99 램프와 빵 물님 2014.02.10 3432
98 꽃자리 물님 2013.02.14 3444
97 유혹 [3] 하늘꽃 2008.04.23 3467
96 절망은 나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물님 2021.12.09 3471
95 짧은 전화 긴 여운 - 오리지날 버전으로 [3] 도도 2009.09.28 3476
94 사랑하는 별하나 [1] 불새 2009.09.24 3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