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6683
  • Today : 933
  • Yesterday : 859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2021.08.11 05:06

물님 조회 수:3205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 낙화 - 이 형기 물님 2012.10.23 3041
192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3041
191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3040
190 봄 눈 / 물 [2] 하늘꽃 2008.02.22 3039
189 조국을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2] 하늘꽃 2008.02.06 3038
188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3037
187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3034
186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3033
185 나에게 사명 완수한 시 소개 합니다 [1] 하늘꽃 2008.02.01 3033
184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3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