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507
  • Today : 1232
  • Yesterday : 1501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1651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배달 [1] 물님 2009.03.12 1621
102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620
101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1618
100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618
99 雨期 [1] 물님 2011.07.29 1618
98 문태준 - 급체 물님 2015.06.14 1617
97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617
96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1616
95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1616
94 꽃눈 물님 2022.03.24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