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7264
  • Today : 1038
  • Yesterday : 1296


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송화미 조회 수:2774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93 가을 노래 - 이해인 물님 2017.11.02 1092
392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1097
391 물님 2020.09.05 1097
390 '나에게 영웅은' 물님 2019.09.30 1098
389 도도 2019.12.19 1101
388 헤르만 헤세 - 무상 물님 2021.03.18 1102
387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1103
38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도도 2020.10.28 1108
385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1114
384 길을 잃으면 물님 2019.09.30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