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3938
  • Today : 459
  • Yesterday : 1189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2012.01.13 00:12

물님 조회 수:1393

 

이기인, 「소녀의 꽃무늬 혁명」
 
 
 
 
소녀는 꽃무늬 혁명을 떠야 한다고 했지요
왼편의 대바늘과 오른편의 대바늘 사이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붉은 실타래는 소녀의 혁명을 돕기도 했지요
 
아버지의 혁명은 아버지의 구식(舊式) 혁명으로 끝나버리고 한 코 한 코 풀어지면서 새로운 혁명을 끌어내야 한다고 털옷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장롱 속에서 나왔죠
 
낡은 털실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 혁명가를 계속 불렀지요 그 옆에서 소녀의 꽃무늬 혁명은 계속 줄기를 뻗어나갔죠
 
풀어진 아버지의 혁명은 새 혁명의 넝쿨로 이어졌죠 소녀의 꽃무늬 혁명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 겨울도 이젠 춥지 않을 거라 믿었죠
 
붉은 실타래의 아우성이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차가운 책상 밑으로 또 기어들어갔죠 어두운 그곳에서 뭐해? 혁명을 꿈꾸는 실타래가 다시 뒹굴어 나오면서 실오라기 하나를 데리고 나왔죠
 
문득문득 소녀의 혁명이 모자라지 않나, 소 눈동자만해진 털실을 바라보며 불안했죠 어서어서 꽃무늬 혁명을 하나 떠서, 추위에 떠는 당신께 가야 한다고 말했죠
 
 
 
시_ 이기인 - 1967년 인천 출생.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가 있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389
292 배달 [1] 물님 2009.03.12 1390
291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390
290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1] 요새 2010.03.19 1391
289 가을 저녁의 시 [1] 물님 2010.11.18 1391
288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391
287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1392
286 구름의 노래 [1] 요새 2010.07.28 1392
285 진정한 여행 물님 2017.02.24 1392
284 나는 배웠다 / 샤를르 드 푸코 [1] file 구인회 2010.07.27 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