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0117
  • Today : 922
  • Yesterday : 932


석양 대통령

2009.05.13 22:36

물님 조회 수:2476

중심이 잡히지 않은 사람이 나라의 중심에 있을 때
세상이 얼마나 천박해지고 혼란 해 질 수 있는가를
목도하는 시대에 
신동엽의 시를 다시 읽는다.

석양  대통령을 꿈꾼다.  
              
                                     물

 

 

 

散文詩(산문시) <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鑛夫(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莊子(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知性(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大統領(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1968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경북군위 인각사 초청 시낭송 file 운영자 2007.08.19 2636
252 동시 2편 물님 2012.03.02 2635
251 하늘꽃 [3] file 하늘꽃 2008.10.23 2632
250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2629
249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2629
248 사십대,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 운영자 2008.06.10 2627
247 인생을 말하라면 물님 2011.12.05 2622
246 떼이야르드 샤르뎅 [2] 운영자 2008.09.04 2622
245 예수에게.1 / 물 [1] file 하늘꽃 2007.09.01 2621
244 가을은 아프다 / 신 영 [2] 구인회 2010.09.11 2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