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211
  • Today : 677
  • Yesterday : 1259


웅포에서

2010.12.05 19:47

요새 조회 수:1695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3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1649
112 강 - 황인숙 물님 2012.07.12 1700
111 설정환, 「삶의 무게」  물님 2012.07.12 1696
110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1630
10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1691
108 거울 물님 2012.07.24 1645
107 김종삼, 「라산스카」  물님 2012.07.24 1659
106 「짐승이 되어가는 심정」 물님 2012.08.13 1632
105 서정주, 「푸르른 날」 물님 2012.09.04 1670
104 새벽밥 물님 2012.09.04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