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4575
  • Today : 563
  • Yesterday : 916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2795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바다가 말하기를 [2] 운영자 2008.12.06 2702
232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2703
231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2704
230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2704
229 꽃 -김춘수 물님 2012.07.24 2705
228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2706
227 물님! 나는 천개의 바람 (들어 보세요) [1] file 하늘꽃 2010.03.06 2708
226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2708
225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710
224 고독에게 1 요새 2010.03.21 2711